[열린광장] 잃어버린 반려견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전신주에 빨간색으로 ‘보상금 1000달러’라고 쓴 포스터가 붙어있다. 인근 도시에 사는 크리스티라는 여성이 3주 전 잃어버린 ‘페니(Penny)’라는 개를 찾는 것이었다. 귀엽고 장난기가 있어 보이는 8살 된 애완견이었다. 어떤 종류의 개인지 궁금해 구글 렌즈로 찍어보니 ‘슈나우저(Schnauzer)’ 종이다. 흰색 털에 누런 점의 신체적 특징과 마이크로 칩 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분명 정이 듬뿍 든 반려견일 것이다. 그 정도 보상금이면 같은 종의 강아지를 새로 입양할 수도 있을 텐데 ‘기른 정’에 애타게 한 달간 찾고 있었다. 30여 년 전 우리 부부는 북가주 샌호세에 살았다. 오렌지카운티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두 아들과 함께 형님댁을 방문했다. 연년생인 두 녀석의 나이가 일곱 살이나 여덟 살쯤 됐을 때였던 것 같다. 모처럼 손자들을 만난 부모님은 두 아이가 사촌과도 잘 놀고 방학이니 일주일쯤 두고 가라신다. 두 녀석의 의향을 물으니 귀빈 대우를 받고 있어서 그런지 좋다고 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부부는 침울한 표정으로 음악만 들으면서 샌호세에 도착했다. 집안은 온통 빈 집 같고 허탈했다. 두 녀석이 눈에 아른거려 영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두 아이가 내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산소’가 없으니 질식할 것 같았다. 처음으로 떨어져서 인지 아내는 곧 울 것처럼 보였다. 일주일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날이 밝는 대로 아이들을 데려오자고 하니 아내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에 출발해 400마일을 단숨에 달려 형님댁에 도착했다. 두 녀석은 신나게 잘 놀고 있다가 놀라서 왜 이리 빨리 왔냐고 묻는다. ‘키운 정’이란 그런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에게는 자식이나 다름없이 정이 들었을 테니 없어진 애완견이 눈앞에 어른거릴 것이다. 어디선가 반갑게 달려왔던 페니의 환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무기력증에 빠졌을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유심히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10여일이 지났다. 교차로에 갔더니 포스트의 사진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혹시 페니를 찾았나 궁금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여성이라 몇 번 망설이다 페니를 찾았냐고 텍스트를 보냈다. 하루가 지나 회신이 왔다. ‘사고로 죽었다( She passed away accidently)’는 것이었다. 짐작하건대 작은 애완견이 길을 헤매다 차에 치여 사체 처리반에서 마이크로칩에 있는 전화로 연락이 간 것 같다. 크리스티라는 분은 반려견의 사고 소식에 무척이나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졌을 것이다. 애통해하고 있을 그에게 위로의 말과 도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내 평생 처음으로 개가 죽었다고 위로의 글을 보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빕니다. 제가 포스터를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답신이 왔다. ‘감사합니다(Thanks).’ 윤덕환 / 수필가열린광장 인지 아내 사체 처리반 인근 도시